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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사람, 하정우 | 하정우 저 | 문학동네
출퇴근 용으로 가볍게 읽어 본 하정우의 에세이. 처음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는 뭐 연예인 이름으로 하는 책장사겠거니, 했다. 그러다 인스타그램 상에서 내가 팔로우하는 몇몇 마케터들이 이 책의 구절들을 포스팅했는데, 단 몇 문장만 읽어도 와 닿는 표현이 많았다. 바로 사서 읽었다.
이 책을 통해서 나는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내 삶의 방식을 자랑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사람마다 보폭이 다르고, 걸음이 다르다. 같은 길을 걸어도 각자가 느끼는 온도차와 통점도 모두 다르다. 나는 잘못된 길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조금 더디고 험한 길이 있을 뿐이다.
책을 읽는 내내 하정우는 참,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인 것 같았다.(나 또한 잘 살아가고 있는지 여러 번 돌아보기도 했다.) 그의 '걷기'는 단순히 수상공약을 지키기 위해 시작되었지만, 현재 그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존재가 되었다. 이를 통해 삶의 깨달음을 얻어가는 그의 모습이 멋있었다. 그게 단순히 걷기여서가 아니라, 하나에 몰두해서 그것을 통해 자신을 끊임없이 알아가고, 타인과 일을 대하는 태도를 정성스럽게 가꾸어 나가기 때문이었다.
이번 포스팅은 이 책이 딱히 스토리나 지식 위주의 내용이 아니라, 개인의 생각을 담은 에세이기 때문에 경험적으로 와 닿는 문장들이 엄청 많았다. 그 중 몇 문장만을 추려 기록해 본다.
신기하게도 걷는 동안에는 어쩐지 그 고민의 무게가 좀 가벼워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 그리고 집에 돌아오면? 고심해서 고른 오늘의 식사를 정성스럽게 준비한 다음 밥을 먹는다. 먹으면서 문득 깜짝 놀란다. '나 방금 전까지 고뇌했던 사람이 맞나?' … 애써 이전의 고민을 이어가려고 해도 나의 기분 모드는 이미 바뀌어버린 것이다.
나는 재수, 독학재수를 할 때 이런 적이 많았다. 주기적으로 시간을 정해 걷는다기보다는, 학습진도가 영 나가지 않거나 쓸 데 없는 고민이 공부를 방해할 때 많이 걸었다. 그 날의 기분에 맞는 음악을 틀고 걷기 시작하면 강바람이 귀를 스치고, 건물 하나 없는 뚝방길이 펼쳐지는 풍경을 보며 걸으면, 고민은 저절로 사라지곤 했다. 뛰는 건 힘에 부칠 것 같고, 바람을 쐬고 싶으면 걷기가 최고였다.
나는 나의 기분에 지지 않는다. 나의 기분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믿음, 나의 기분으로 인해 누군가를 힘들지 않게 하겠다는 다짐. 걷기는 내가 나 자신과 타인에게 하는 약속이다.
인간은 자신의 감정에 지배당할 때가 많다. 물론 로봇이 아닌 이상 매사에 이성적으로 살아갈 수 는 없지만, 적어도 내 감정때문에 남이 다치면 안 되니까. 나는 감정적인 편의 사람이다. 냉정 할 때는 엄청 냉정한 편인데(특히 목표가 눈 앞에 있을 때), 누구보다 섬세하고 예민한 성격을 가진 나는 나 자신과 타인의 감정에 예민한 편이다. 특히 뭔가 일이 잘 안 풀릴 때나 아플 때 예민해지는데, 이 때 가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하곤 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겠지만, 정말 화가 날 때는 화가 난 원인때문이라기 보다는, 작은 것에 화를 못 이겨 타인에게 예민함을 표출하는 내 자신이 싫어질 때다. 감정 컨트롤을 하지 못한 악순환인 것이다. 그래서 감정 컨트롤이 매우 필요한 것이다.
나도 감정 컨트롤을 위해 글쓰기, 자기, 뛰기, 걷기, 울기 등등 많이 해 보았다. 이 책을 읽고는 다시 걷기를 주기적으로 해보고 싶었다. 근육통이 있는 나는 무리한 운동을 하면 안 되고, 돈이 들지 않으면서도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니까.
나는 무언가에 한번 꽂히면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반드시 끝장을 봐야 한다. … 이런 사람들은 오히려 여기저기에 다양한 관심을 두는 능력이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도통 가만있지 못하는 사람을 지켜보는 일은 타인의 시선에는 정신없고 불안해 보일 수. 있겠지만, 당사자에게는 호기심 안테나를 활짝 펼치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는 상태일 수도 있다.
… 정말 그럴까? 인간은 호기심의 동물이라면서 왜 많은 분야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일을 경험해보려고 하면 일단 잘되긴 글렀다고 의심부터 하고 보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한 우물만 파라는 말은 이상하게 들린다. 몇 개의 우물을 부지런히 파서 열심히 두레박을 내리다보면, 내가 평생 식수로 삼을 우물을 발견하기가 더 쉬워지지 않을까?
나는 한 사람 안에 잠재된 여러 가지 능력을 일생에 걸쳐 끄집어내고, 활짝 피어나게 하는 것이 인생의 과제이자 의무라고 본다. 그런 과정이 결국 나를 완성해주는 것이라 믿는다.
이 문구는 현재 나의 카카오톡 프로필 배경이다. 그만큼 많이 와 닿았다는 것이다. 나는 한 가지 일만 한다기 보다 여러가지 일을 해 보면서 나의 다양한 관심사와 잠재력을 발견해 나가는 인생을 살고 있다. 나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하고, 이를 한 가지 일만 하면서 아껴두기에는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물론 가끔은 한 가지 일에 전문성을 띄는 사람이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나니까.
사람들의 외모도 다양하듯 그만큼 삶의 형태도 다양하다. 이런 삶이 있으면 저런 삶이 있는 것이니, 타인의 삶에 너무 왈가왈부 하지 않았으면 한다.
언젠가부터 내 기도의 내용이 조금 바뀌었다. 요즘 나는 기도할 때 내 소원을 열거하지 않는다. 그저 신이 내게 맡긴 길을 굳건히 걸어갈 수 있도록 두 다리의 힘만 갖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 그냥 살아나가는 것이다. 건강하게, 열심히 걸어나가는 것이 우리가 삶에서 해볼 수 있는 전부일지도 모른다. 내가 아무
리 고민하고, 머리를 굴려봤자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이렇게 기도한 이후로 이상하게 조금 더 마음이 편해졌다. 무슨 일에든 더 담대해질 수 있었다. 내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어찌해볼 수 없는 일들이 있다는 명백한 사실은, 내가 포기나 체념이 아니라 일종의 무모함을 선물해주었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길을 그저 부지런하게 갈 뿐이다.
나는 기도한다. 내가 앞으로도 계속 걸어나가는 사람이기를. 어떤 상황에서도 한 발 더 내딛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기를.
최근 관절이 안 좋아지면서 걷고, 씻고 하는 등의 일상생활이 조금 힘들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큰 것을 바라지 않고 그저 잘 걷고, 잘 먹고, 웃을 수만 있으면 좋겠다고 소망한다. 죽을 정도의 병은 아니지만, 어느새 내가 죽는다면? 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겸허한 자세로 삶을 대하게 되었다. 하정우의 말처럼 아무리 고민하고, 발버둥 쳐 봤자 어쩔 수 없는 일들이 많으니까. 하지만 포기하는 게 아니라, 무모하게 도전해도 된다는 방향으로 삶을 살아나가면 내가 시도해 볼 수 있는 것들은 많으니까. 오늘도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자. _su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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